폭스바겐 CC 시승기

지난 주 잠깐 시간을 내서 폭스바겐에서 야심차게(?) 출시한 파사트 CC 를 시승해보았습니다.
시승차량은 국내에 시판된 모델 중 2.0 TDI 모델과 2.0 TSI 모델 2대였습니다만 본 시승기는 2.0 TSI 모델에 관한 시승기입니다. CC 라인업 중 가장 고성능인 V6 3.6 4Motion 모델은 안타깝게도 차량이 준비되지 않은 관계로 시승하지 못해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그 동안 폭스바겐의 이미지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것으로 기대되는 CC의 매력은 2.0 두가지 모델로도 충분히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촬영하지 못해서 VW 홈페이지의 사진을 사용하였습니다)

디자인
CC는 많은 분들이 파사트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오해하고 계시기도 하고 저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직접 만나본 CC는 단순히 파사트 F/L 모델이나 가지치기 모델로 생각하기엔 큰 무리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선 차의 디자인이 너무~ 멋집니다. 요즘 말로 간지가 난다고 해야될까요?
아무튼 적당히 스포티하고 세단의 느낌과 쿠페의 느낌이 5:5 로 적절히 조화되어 있습니다. 파사트도 나름 준수한 외모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CC의 디자인 만큼은 파사트 집안으로 몰아버리기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하반기에 신형 파사트가 출시 예정인 것을 따져볼 때 CC는 분명 새로운 라인업으로 봐야할 것이며 올해 초 국내 출시때도 이러한 모델명 때문에 자칫 혼동을 줄 수 있어 당초 국내출시때는 “파사트 CC”라는 이름이 아닌 그냥 “CC” 로 명명하여 출시되었다고 합니다. 그 만큼 CC가 보여주는 디자인의 변화는 대중이 즐겨타는 국민차 이미지인 폭스바겐을 한두단계는 업그레이드 시켜줬으리라 생각됩니다.
신문광고에는 아빠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차로 묘사가 되어 있더군요. 가족을 생각하면 “세단”을 타야하지만 한편으로는 멋진 쿠페나 스포츠카를 타고싶은 아빠의 꿈. 한마디로 두마리 토끼를 모두 겨냥한 범주가 바로 CC가 노리는 일종의 틈새 시장입니다.
현재까지는 벤츠의 CLS가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CC의 등장은 오랜기간 모델 체인지가 없었던 벤츠 CLS에 비교해볼 때 충분히 신선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며 게다가 CLS의 절반 정도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시승이 있던날 회사 계단을 내려오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CC의 모습은 탄탄한 근육질의 잘빠진 패션 모델을 보는 듯 했습니다.(마치 TV에 나오는 간고등어 코치를 보는 느낌이랄까..^^;;)
군더더기 없이 탄탄해 보이는 근육질의 사이드와 휀더..그리고 루프를 지나 트렁크로 이어지는 C필러 라인은 보는 각도에 따라 세단과 쿠페의 이미지를 모두 보여줍니다. CC를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바로 C필러의 라인이었습니다. 더불어 인상적인 부분을 하나 더 꼽자면 앞 범퍼 하단의 프론트 립 부분이었는데..대부분의 라인이 곡선을 이루는 반면 프론트 립 부분은 라이트와 그릴의 이음새 부분에서 딱 떨어지는 직선을 그리고 있어 앞에서 CC를 내려다 보았을때 “난 보통이 아니야” 라는 듯 상당히 강한 인상을 줍니다.
조금 아쉬운 점을 꼽자면 2.0 모델과 V6 3.6 모델과의 차이점 정도가 되겠는데..다름아닌 듀얼 머플러와 18인치 휠이 V6 3.6모델에만 적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명색이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 CC에게 18인치 휠과 듀얼 머플러는 그 느낌을 배가시킬 수 있는 아이템 이었을텐데 최상위 모델에만 적용을 시킬수 있다는 게 참으로 아쉬울 따름입니다.(폭스바겐 카달로그와 홈페이지에 CC사진은 죄다 듀얼 머플러에 18인치 휠을 끼운 사진 뿐임)
인상적인 외관과 더불어 실내 인테리어는 폭스바겐의 깔끔한 마감이 돋보입니다. 기존의 파사트와 기본 구조와 마감재질은 같으나 운전석의 대시보드 부분은 꽤 세련된 디자인으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특히 계기판에서 센터로 이어지는 대시보드 윗부분은 마치 거북이 등껍질에 덮여있는 듯 탄탄하게 보입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첫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바로 기어레버 좌우측에 위치한 여러 버튼들 이었습니다.
파크어시스트, 브레이크어시스트, ESP, DCC, 오토홀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여러 버튼을 기어레버 양쪽에 가지런히 만들어두었더군요. 각각의 버튼들의 기능은 아래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편의장치
운전석에 앉아서 가장 먼저 시트를 몸에 맞추는데 시트 좌측에 무수히 많은 버튼들이 눈길을 끕니다. 메모리버튼과 전동식 시트 조절 버튼들..거기다 통풍 시트(!!). 그렇습니다. 운전석에 앉기전에 시트에 조그마한 구멍들이 송송 나있길래 디자인이 그러나보다 했는데 거기서 바람이 솔솔 나온다고 합니다. 에어컨을 켜면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히터를 켜면 따뜻한 바람이 나온답니다. 땀이 많은 저에겐 무척 땡기는 옵션이더군요..
시트를 땡겨서 맞추고 이제 시동을 겁니다.
CC의 시동방식은 ‘Push & Go’ 방식으로 열쇠를 통째로 네모난 키 홀더에 끼우고 그대로 버튼을 누르듯 누르면 시동이 걸리는 방식입니다. 시동이 걸리자 조용한 엔진음이 들려옵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기 위해 발밑과 기어레버 주변을 살피는데 사이드 브레이크가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살짝 당황해 있는데 동승하신 딜러님 왈 “이 차는 사이드 브레이크가 없고 전자식 브레이크 어시스트 기능이 있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별도의 사이드 브레이크 장치 없이 버튼식으로 사이드 브레이크가 걸리는 시스템입니다. 해제는 차를 움직이면 자동으로 풀린다고 하는군요.
더불어 오토홀드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는데..이 기능은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정차했을 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더라도 차가 움직이지 않고 엑셀을 밟기 전까지 차가 멈춰 있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물론 기어는 D 모드에 들어가 있더라도 동작하는 기능이죠. 이 기능은 신호대기시나 경사로에서 멈췄을 때 자동으로 차를 고정시켜주는 역할도 하며 엑셀에 힘을 주는 순간 자동적으로 풀리면서 차를 움직이게 해줍니다.
골프의 DSG 미션을 경험해본 분은 아시겠지만 저로서는 경사로에서 출발할때 뒤로 밀려서 긴장했던 적이 많은지라 속으로 무진장 편리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제 차를 서서히 후진시켜 도로로 나가봅니다. 잠깐 도로위를 달리다가 갓길에 주차된 차량들이 많아 파크 어시스트 기능을 테스트 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기어레버 옆의 파크 어시스트 버튼을 누르고 우측 갓길에 주차된 차량들 옆을 서서히 주행하다 보면 빈자리를 지나칠 무렵 방금 지났던 빈공간을 CC가 인식하고 멈춰서 계기판으로 후진 기어를 넣으라는 신호를 줍니다. 후진 기어를 넣고 운전대에 손을 놓은 후 엑셀을 살살 밟아주면 속도에 맞추어 운전대가 휙휙~ 돌아가면서 차를 빈공간으로 한방에 파킹해줍니다. 일단 테스트로 해본 결과는 완벽했습니다만, 음..핸들이 혼자서 휙휙 돌아가는 걸 보고 있자니 조금 무섭더군요. 아마도 제가 이차를 산다면 있어도 안쓰는 기능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놀라운(?) 파크 어시스트 기능을 경험하고선 곧 출발하여 시내로 진입했습니다.
날씨가 워낙 좋아서 선루프를 열었는데 파노라마 글라스가 적용되어 무척이나 개방감이 좋더군요. 싱그런 봄바람을 느껴볼 생각으로 선루프를 완전히 열려는데 완전히 열리진 않고 틸트(앞쪽은 고정된 채로 뒷쪽만 올라가서 열리는 방식)만 된다고 합니다. 아쉽긴 하나 틸트라도 되니 다행입니다. 전에 시승했던 푸조 207 파노라마 글래스는 틸트도 안되서 참 답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선루프 조작 스위치 옆에는 뒷좌석 커튼 버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니 뒷유리에 커텐이 스스륵~ 올라옵니다. 후방 시야에는 꽤 방해가 됩니다만 햇볕은 확실히 차단이 되며 뒷좌석에 마눌님과 아기가 타고 있는 경우라면 참 쓸만 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뒷자리는 2인승으로 시트가 분리되어 있고 중앙에는 콘솔이 있어 젖병등을 올려놓기 편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베이비시트를 장착할 수 있는 고리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비 아빠이다보니..별걸 다 아기와 연결시키게 되는군요)
이제 따분한 시내 주행을 마치고..고속도로로 진입해봅니다.

성능
고속도록 통행증을 뽑아들고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기 위해 버튼을 조작해봤습니다. 가변식 서스펜션이라고 하길래 버튼을 눌러놓고 큰 기대에 부풀어 뭔가 변화가 느껴지길 기다려 봤습니다만 아무 느낌이 없어 딜러님께 “어라? 아무 반응이 없네요?” 라고 웃으며 말씀드렸더니 쇼버의 압력이 변해서 차체가 조금 내려가긴 하나 큰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나이트 라이더의 키트 처럼 어택모드로 변신해주길 기대한 건 아닙니다만 버튼에 불만 들어오는 거 외에 별 반응이 없어 쬐끔 아쉬웠습니다..(^____^). 하지만 그 차이는 고속주행이나 코너링에서 분명히 차이를 보여주리라 기대를 하고서 서서히 고속도로로 진입했습니다.
시내 주행에서는 서스펜션을 컴포트 모드로 세팅한 후 주행을 했는데 컴포트 모드의 승차감을 굳이 골프와 국내 세단들(소나타,그랜저 등)과 함께 비교해 보자면 골프보다는 무르지만 국내 세단들 보다는 딱딱한 편이며 그 느낌은 국내 세단 쪽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이제 스포츠 모드에서 느낌과 변화들을 살펴봐야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스포츠모드와 컴포트모드로 각각 주행해본 결과 “큰 변화는 없다”는 게 제가 내린 최종 결론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진입해서는 스포츠모드로 한참을 달려보다가 다시 컴포트모드로 변경해서 달려봤습니다만 결국 제가 무딘건지 아니면 시승차량이 이상한건지…급차선변경도 해보고 고속으로 커브도 달려보았지만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프레임리스 디자인(도어상단에 프레임이 없는 디자인)으로 인해 우려했던 고속주행 중 소음은 오히려 골프보다 확실히 적은 수준이었으며 안정감 또한 상당히 좋아서 금새 차량을 제한최고속도까지 밀어부칠 수 있었습니다.
CC의 엔진은 골프GTI와 동일한 200마력짜리 2.0 터보 엔진입니다만 얼마전 나온 아우디의 신형 A4에 장착된 210마력짜리 2.0 엔진이 장착되지 않았다는게 다소 아쉬울 따름입니다. 폭스바겐이 굳이 신형엔진을 제쳐두고 구형엔진을 장착한데는 분명 소비자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요.
신형 A4의 210마력이 아쉽긴 하나 2.0 TSI 엔진으로도 CC에게 스포츠쿠페의 운동성능을 기대하기엔 충분합니다.
공식적인 가속성능은 제로백이 7.8초 입니다. 골프GTI의 6.9초에 비해 약 0.9초가 뒤지긴 합니다만 질주하는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눈이 먼저 가는 쪽은 당연히 골프보다는 CC 일 겁니다. 적어도 외관에서 풍기는 이미지로는 CC에게 적어도 100마력은 더 얹어줘도 될 것 같습니다.^^

시승을 마치며
CC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느낌은 마치 예전에 벤츠 CLS를 보고 잘빠진 바디라인에 감탄하며 눈을 떼지 못했던 그 느낌과도 흡사합니다. 예상했던 것 보다 작고, 낮고, 탄탄해보이는 근육질의 바디라인. 폭스바겐은 CC의 옆라인을 “토네이도 라인” 이라고 하더군요. 기존에 폭스바겐이 만든 차량들을 떠올려보면 CC는 분명 꽤나 신경을 쓴 모델임은 분명합니다. 이미 시장을 통해 검증된 차량의 성능, 그리고 최근 비교적 최근 출시된 시로코와 티구안, 그리고 CC로 이어지는 폭스바겐 디자인의 변화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내에 출시된지는 이제 2~3개월이 지났습니다만 출시전 쿠페형 세단의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 판단되어 다소 조심스레 출시된 CC. 하지만 동급의 국산/수입 차량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스타일리쉬한 디자인과 그에 걸맞는 성능. 쿠페와 세단의 장점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 해놓은 차, 한마디로 스타일과 성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차가 바로 폭스바겐 CC가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동급의 수입차 대비 낮은 가격까지..
이미 초도물량은 동이 났고 신규 물량이 월말에 들어온다고 하는데..
아빠들이여..인생은 짧고, 할부는 길다지만 그래도 꿈은 버리지 말지어다~